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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24일 "코로나·메르스…질병 안가리고 다잡는 항바이러스제 나올까"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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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25 15:04

코로나·메르스…질병 안가리고 다잡는 항바이러스제 나올까

美, 범용 항바이러스제 개발에


5년간 연구비 7600억원 투입
발빠른 미래 팬데믹 대비 눈길

조남준 싱가포르 난양대 교수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참여
파우치 소장 등과 어깨 나란히

펩타이드 활용 연구에 성공땐
국내에서 치료제 생산 나설 듯.

조남준 싱가포르 난양공대 교수가 창업한 바이오 플랫폼 전문 벤처기업 루카에이아이셀 소속 연구원들. [사진 제공 = 루카에이아이셀]
사진설명조남준 싱가포르 난양공대 교수가 창업한 바이오 플랫폼 전문 벤처기업 루카에이아이셀 소속 연구원들. [사진 제공 = 루카에이아이셀]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됐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는 끊임없이 변이를 거듭하며 우리 인류를 괴롭히고 있다.

8월 21일 현재 코로나19의 확진자는 약 6억명, 사망자는 약 650만명에 달한다. 코로나19는 스페인독감, 신종플루를 뛰어넘어 우리 인류 역사에서 최악의 바이러스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는 최근 들어 오미크론의 하위 변이 중 하나인 BA.5, BA.2.75 등을 중심으로 재유행하고 있다. 이들 변이는 기존 오미크론보다 3배 이상의 전파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각국은 변이가 생길 때마다 그에 맞는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할 수 없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임상 환자를 매번 구할 수도 없고 연구개발비도 만만치 않다.

코로나19 발생과 함께 올해 세 번째로 맞는 겨울을 앞두고 세계 각국은 비상이 걸렸다.

 


미국은 이미 미래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 방역의 핵심 인물인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을 필두로 범용 항바이러스제를 개발하는 AViDD(Antiviral Drug Discovery) 어워드 프로그램(이하 AViDD)을 시작했다. AViDD는 미국 보건복지부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해 마련한 '팬데믹 대비 항바이러스' 프로그램 중 하나로, 향후 5년간 미국 전역 9개 연구센터에 7600억원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변이 하나에 상관없이 특정 바이러스 계열을 대상으로 하는 항바이러스제 개발을 목표로 한다. 미국 전역에 위치한 연구소들의 참여 신청을 받아 연구 계획 및 성과에 대한 검증을 통해 총 9개 연구소와 프로젝트를 선정했다.

조남준 난양공대 교수
사진설명조남준 난양공대 교수

이번 프로젝트에는 한국인 교수가 포함되어 눈길을 끌고 있다. 바로 조남준 난양공과대학 재료공학 석좌교수이다. 조 교수는 인공세포막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공학적 접근 방법을 바이오에 적용해 여러 성과를 거뒀다. 이번 연구에서 미국에 거주하지 않는 과학자로는 유일하게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조 교수는 9개 연구센터 중 하나인 캘리포니아 스탠퍼드 의과대학에서 진행하는 7개 프로젝트 가운데 2개 프로젝트의 공동책임자로 이름을 올렸다. 스탠퍼드는 세계적인 바이러스 연구 권위자 제프리 글렌 교수가 있는 곳으로 이곳에 건립될 AViDD 센터는 5년간 총 6900만달러(약 914억원)를 지원받는다.

조 교수가 더욱 주목을 받는 것은 프로젝트에 참가한 전문가들의 면면이 화려하기 때문이다. 미국 방역을 수십 년째 책임지고 있는 앤서니 파우치 소장, 최초의 C형 간염 치료제를 공동 개발한 조지 페인터 에머리대 교수, 노벨의학상을 받은 찰스 라이스 박사, 제프리 글렌 교수 등이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프로젝트 전반을 관장하는 파우치 소장은 1984년부터 약 40년간 미국 방역을 이끈 NIAID 사령탑이다. 그동안 대통령 7명을 보좌하며 미국 보건·의료를 책임져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는 백악관 코로나19 대응팀의 일원으로 대통령에게 대처 방안을 조언하는 등 미국 방역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조 교수는 미국이 국가 차원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세계적인 전문가들과 함께, 그것도 연구를 이끄는 책임자로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특히 프로젝트 리더들은 모두 미국에 거주하며 연구하지만 조 교수는 유일하게 싱가포르에서 연구를 진행한다. 그동안 조 교수가 진행한 연구 성과와 기술을 세계적인 전문가들이 인정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조 교수는 현재 펩타이드를 활용한 범용성 항바이러스 치료제를 연구하고 있다. 과거 하나의 특정 바이러스에만 효과가 있는 백신을 개발하는 것이 아닌 코로나, 인플루엔자, 사스, 메르스 등 바이러스 종류에 상관없이 타깃해 파괴할 수 있는 범용성 항바이러스 치료제를 연구하고 있다.

개발을 위한 실탄도 장전했다. AViDD로부터 약 400만달러(약 50억원)를 지원받고 국내에서도 연구 가능성을 인정받아 KDB산업은행으로부터 5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특히 이번 연구의 지식재산권을 조 교수가 창업한 루카에이아이셀이 보유하고 있어 미래 국내 팬데믹 대비에도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루카에이아이셀은 인공세포막 원천 기술을 활용해 신약 개발 플랫폼, 바이러스 및 암 진단, 유전자 전달 플랫폼 등의 기술을 개발하는 바이오 플랫폼 전문 벤처기업이다. 싱가포르에서 치료제 연구개발이 완료되면 국내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그러나 정작 국내에선 미래 팬데믹 대비를 위한 대책이 미비하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해 예산을 증액·지원하고 있지만 선진국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무엇보다 확실한 컨트롤타워 없이 연구 과제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등 부처별로 흩어져 있고 구체적 과정과 목적 없이 비효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반면 미국은 국립보건원(NIH)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며 체계적으로 감염병을 대비하고 있다. 확실한 목표를 설정해 프로젝트를 나누고 아낌없는 지원을 통해 신약 개발에 대한 재정 부담을 덜고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조 교수는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미래 팬데믹을 대비하기 위해선 범용적인 백신과 치료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감염병을 차단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백신과 치료제다. 범용적인 백신이 개발되지 않으면 새로운 변이가 나올 때마다 개발해야 하고 백신을 맞아야 한다. 앞으로 찾아올 'Disease X'(미지의 감염병)를 대처하기 위해서는 범용적인 치료제 개발은 필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AViDD에 참여하게 돼 펩타이드 항바이러스 치료제 연구 속도를 높일 수 있게 됐고 지식재산권을 한국 회사가 보유해 우리나라 미래 팬데믹 대비에도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민 매경헬스 기자]